최신글


상위링크

메인메뉴

서브메뉴


Home > 커뮤니티 > 최신글

컨텐츠 본문

최신글

흙더미
레벨 M 관리자
조회수 : 1568
https://goo.gl/NrZPrm 주소복사

 

그 날은 아침부터 더웠다.


자기 방에서 게임에 몰두하고 있던 소년의 귀에, 어머니의 질책이 들려왔다.


[얘, 게임만 하지 말고 정원 좀 정리하렴. 엄마랑 약속했잖니?]



 

소년은 생일에 가지고 싶은 게임을 사는 대신, 여름방학 때 매일 아침 정원의 잡초를 뽑기로 약속했던 것이다.


TV 화면에서 시선을 돌려 창 밖을 보니, 구름 한 점 없이 탁 트인 시원한 푸른 하늘이 보였다.


조금 짜증이 난 것 같은 표정의 소년이었지만, 단념한 것 같다.



 

게임기의 전원을 끄고 대충 정리한 후 종종걸음 쳐서 아래 층으로 내려간다.


손바닥만하다는 말이 어울릴만큼 작은 정원이었지만, 그래도 초등학생인 소년에게 정원 정리는 중노동이었다.


익숙하지 않은 자세에다 한여름의 타는듯한 더위가 내려쪼인다.



 

10분도 되지 않아 소년은 온 몸이 땀투성이가 된다.


사방 1m도 정리하지 않았지만, 소년은 앓는 소리를 내며 비틀비틀 정원 한 구석의 은행나무로 다가간다.


푸르디 푸르게 잎이 우거진, 이 정원에서 유일하게 그늘이 있는 곳이다.



 

나무 밑에 앉아서 소년은 숨을 돌린다.


바람은 그다지 불지 않지만 그래도 햇빛을 그대로 받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.


살 것 같다고 느끼는 와중에, 소년은 자신이 앉아 있는 곳이 조금 튀어 나와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.



 

불룩하게, 마치 무엇인가 묻혀 있는 것 같은 모양이다.


소년은 심심한 나머지 그 곳을 파 보기 시작했다.


몇 분 지나지 않아, [그것] 이 땅 속에서 나타났다.



 

기묘하리만치 흰, 그렇지만 얼룩덜룩 보라색으로 변색된 가냘픈 팔.


그 손 끝의 약지에는, 백금으로 만들어진 반지가 끼워져 있었다.


소년은 그 반지를 알고 있다.



 

그것을 알아차리자마자, 소년의 머릿 속은 완전히 어지러워진다.


그렇다면 아까 자신에게 정원을 정리하라고 시켰던 그 [목소리의 주인] 은 도대체...?


[엄마...]



 

중얼대려는 도중, 어느새 툇마루에서 나오고 있던 [어머니] 와 눈이 마주쳤다.


수직에 가깝게 위로 쭉 찢어진 눈, 귀 부근까지 크게 웃는 것처럼 찢어 갈라진 입.


이상한 얼굴의 [어머니] 였다.



 

그 날도 아침부터 더웠다.


소년은 어머니와의 약속대로, 오늘도 땀투성이가 되어 가며 풀 뽑기에 열심이다.


그 덕인지 정원은 이전보다 훨씬 산뜻해져서, 훨씬 보기 좋게 변해 있다.



 

은행나무는 오늘도 나무 그늘을 만들고, 소년이 바람을 쐬러 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다.


그리고 그 밑동에는, 수북하게 쌓인 흙더미가 둘 놓여 있다.

 

[출처: http://vkepitaph.tistory.com]

 

 

 

 

 

 

0
0
카카오톡 공유하기
목록
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.
333 [미스터리] 미제 - 삼전동 방화 살인 레벨 M관리자 17.10.12 7412 0
332 [미스터리] 전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빌딩 - 남아공 폰테시티 레벨 M관리자 17.10.12 7684 0
331 [미스터리] billschannel: 구글 어스에 찍힌 크라켄 사진 검증 영상 레벨 M관리자 17.10.12 7216 0
330 [미스터리] billschannel: 본격 5가지 괴생명체 사진/영상 검증 레벨 M관리자 17.10.12 7435 0
329 [미스터리] 이 가족을 누가? 왜? 맥스테이 가족 미스터리 레벨 M관리자 17.10.12 6733 0
328 [미스터리]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ufo 사건 레벨 M관리자 17.10.12 2044 0
327 [미스터리] 인터넷에 떠돌고 있는 외계인 흔적들 레벨 M관리자 17.10.12 2028 0
326 [미스터리] 카메라에 찍힌 소름돋는 미스테리 영상 레벨 M관리자 17.10.12 2096 0
325 [미스터리] 죽기직전 우리가 경험하게 되는것들 레벨 M관리자 17.10.12 2006 0
324 [미스터리] 지상의 낙원, 전설의 대륙으로 불리는 아틀란티스 레벨 M관리자 17.10.12 2003 0
323 [미스터리] 소름끼치는 무서운 사진들속 진실 레벨 M관리자 17.10.12 2093 0
322 [미스터리] 게리 맥퀴넌이 해킹한 NASA의 미스테리 사진들 레벨 M관리자 17.10.12 1999 0
321 [미스터리] 의문의 미스테리 맥스 헤드룸 사건 레벨 M관리자 17.10.12 1997 0
320 [미스터리] 사람을 홀리는 정체불명의 목소리 다섯가지 레벨 M관리자 17.10.12 1904 0
319 [미스터리] 인간의 영역이 아닌 이상한 구역들 레벨 M관리자 17.10.12 2052 0
1 2 3 4 5 6 7 8 9 10